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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있는 사물 Sitting Object

 

의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가구이며 동시에 상징이다. 사람의 몸과 관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체와 닮은 구조를 띄며,

생활을 위한 도구로서 양식에 따른 다양한 형태를 반영한다. 그래서 의자에 앉는 행위는 단순히 몸의 수고를 덜어내는 것 이상의 사회적 맥락을 가진다. 

 

삶은 의자를 둘러싼 투쟁이다. 태어나 일년을 맞이하는 돌잔치를 시작으로 제도권 안에 진입하기 위한 필수 과정은 의자에 앉아있는 법을 익히는 일이다.

그 후 성장함에 따라 좀 더 안락한 의자에 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가고 마침내 의자를 내어준 다음에는 직선의 상태로 누워 생을 마감한다.

의자 위의 삶은 인간의 양명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나타내며 감성이나 광기의 반대 위치에 있기도 하다.

 

앉아있는 사람은 문화적이다. 현대인의 문화 활동 대부분은 의자에 앉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독서와 같은 정서적 활동 뿐만 아니라

여행 등 야외 활동에서도 대부분 의자에 앉아 이동한다. 그리고 법원이나 교회처럼 엄숙하고 숭고한 자리일수록 의자의 권위도 높아지는데,

이때 의자는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절대 불가침의 영역 혹은 존재를 상징한다. 

 

인간은 의자에 앉아 사고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고를 무한하게 자유로운 지적intellectual 활동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는 그렇게 자유롭지 않으며 오히려 어떤 의자에 식물처럼 앉아 있는 상태에 가깝다.

물론 이러한 집중력있는 사고를 통해 인류가 끊임없이 진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자 너머의 세계는 여전히 심연으로 남아있다.

 

허상이 도착하는 그곳이 어딘지 모르지만 우리가 많은 것을 어둠 속에 버리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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